서혜란 | 유페이퍼 | 3,000원 구매 | 1,500원 10일대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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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3-12-20
[더 잘 차려서 나에게 먹여줄 것]
밥이 안 넘어간다. 목구멍이 붙어 버린 걸까? 먹어보려 해도 삼켜지지 않는다. 눈동자만 올려 눈치를 살핀다. 엄마의 밥그릇이 그대로다.
“이별 한 번 요란스럽다.”
탁! 식탁에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. 목젖이 버석하다.
“우리 헤어지자.”
한 줄 문장이 여섯 발의 총알로 몸을 관통했다. 함께 했던 계절과 시간, 모든 기억이 한 마디 말로 흩어졌다. 받아들여지지 않았다.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. 떨어지는 꽃잎이 아쉬워도 봄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.
내가 숟가락을 놓으면 엄마도 숟가락을 놓았다. 몰아서 쉬는 숨의 끝에 엄마의 긴 한숨이 따라다녔다. 울다 잠드는 것을 반복하던 ..